top of page
Writer's pictureShinuh Lee

순교자 토마스, 클래식 음악계 주목

팬데믹 속 위로...작곡가 이신우 교수, 개신교 첫 토마스 선교사 생애 담은 앨범 '죽음과 헌정' 등 공개


"나는 상당한 분량의 책들과 성경을 가지고 떠납니다. 조선 사람들로부터 받을 환영을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오르고 희망에 부풉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전하기 위해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나의 노력을 언젠가는 반드시 인정해 주시리라 믿으며 나는 갑니다."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Robert Jermain Thomas, 1839~1866년)선교사. '조선을 향한 선교의 열정'을 품고 동료들과 함께 미군함 제네럴셔면호에 올랐다가 참수형으로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 선교사 토마스. 그는'대동강가에서 생을 마감한 웨일즈 출신의 개신교 첫 순교자'로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이름이다. 불타는 함선에서 성경책을 강물로 던지며 "야소(예수)! 야소! 야소!"라고 외쳤던 토마스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가슴 속 성경책을 관군에게 맡기며, "조선 땅에 뿌린 복음이 열매를 맺게 하옵소서"란 간절한 기도와 함께 눈을 감았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24살 때 목사안수를 받고 도착한 첫 선교지 중국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지 1년 만에, 조선 땅으로 향했다가 복음을 온전하게 전하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비운의 선교사 토마스의 삶이 170년 만에 '조선 땅'에서 다시 살아났다. 대동강변에 뿌려진 순교의 피와 강가에 던져진 성경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수많은 이들을 복음화시켰던 것처럼, 한 음악가의 손 끝에서 태어난 토마스 선교사의 삶이 팬데믹의 시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인간 존재의 근원과 본성의 문제를 주제로 특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가며 '국제적인 명성의 작곡가'로 평가받는 이신우 교수(서울대 음대 작곡과)가 두 장의 앨범 '죽음과 헌정 (Death&Offering)', '틸 던(Till Dawn)'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앨범 '죽음과 헌정'은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 선교사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 첼로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제임스 김이 첼로를 맡았다. 독실한 크리스찬이기도 한 제임스 김의 연주에 대해 이 교수는 "작곡가의 의도를 기대이상으로 표현해줬다"고 칭찬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죽음과 헌정'은 같은 주제로 지난해 런던 오페라 스튜디오 프로젝트에서 바리톤 아리아로 작곡되었다. 150여 년이 지난 2020년 한국의 한 청년이 토마스 선교사의 삶의 흔적들을 찾아 평양을 방문한다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한 아리아다. 당시 고은이 씨가 쓴 리브레토(오페라의 대본)의 관점이 이번 곡에도 그대로 녹아있는데, 1악장은 열강에 둘러 쌓인 조선의 풍전등화와 같은 역사적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 2악장은 조선 백성들에 대한 하나님 아버지의 안타까운 사랑, 3악장은 아버가버니 언덕에서의 아내 캐롤라인과의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회상, 4~5악장은 인간적 고뇌, 6~7악장은 신앙고백과 천국에 대한 소망을 다루고 있다.

"토마스 선교사에 대한 인간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는 이 교수는 이번 앨범을 "연약한 인간으로 하나님이 주신 마음 하나 붙들고 전진하는 모습을 생각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래서일까. 음악을 듣다보면 실제로 당시 토마스의 복잡하지만 격정이고 섬세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청년 선교사의 열정과 두려움, 아내에 대한 사랑과 헌신, 고독과 아픔이 온전하게 전달된다. 무모하리만치 뜨거운 열정으로 조선의 복음화에 나섰던 토마스의 신앙과 헌신을 가벼이 지나칠 수없게 말이다.

이 교수의 곡들은 다소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종교적 색채가 다분하지만, 그럼에도 불편하지 않게 이해를 받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비드 서킨 러드윅 학장(줄리아드 음대)의 말처럼 "그녀의 작품들이 영성과 신앙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지만, 반드시 그것을 인정받고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일수도 있다. 그의 음악은 종교적 테마를 다루고 있지만 위로와 치유, 회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을 향한 신적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긍정과 회복, 따뜻함이 배어 있다.

그의 음악의 '힐링'포인트는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유난히 힘이 들고 마음이 고달픈 날 '죽음과 헌정'을 반복해서 들으며 몽글몽글 새로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는 청자의 소감도 신앙과 영성으로 쉼과 평안함을 전하는 곡들이 일반 음악의 시선으로만 담기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회자들의 목소리도 같은 이유다.

"창작의 동력은 성경"이고 "성경만큼 큰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아직 없었다"고 말해온 이신우 교수이기에 그의 이번 행보도 놀랍지가 않다. 이번 앨범은 이 교수가 지난 20여 년 동안 성경말씀을 클래식 현대음악 장르로 녹이려 고민했던 시간과 노력이 총망라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교수는 "스스로 공부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가다보면 어려움이 있고 확신도 서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이제 조금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하면서 한국교회와 함께 이번 앨범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앨범'틸 던'은 상실감과 고독, 삶의 그늘진 측면을 다루고 있다. 2020년 3월 팬데믹 속 도시의 전면봉쇄라는 극단적 상황을 겪으며 낙심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어둠에서 빛으로, 상처와 절망으로부터 회복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곡가의 의지와 소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최은숙 기자


출처 : 한국기독공보


54 views0 comments

Commentaire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