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SON AGONISTES>
for soprano, organ and orchestra(2018)
소프라노와 오르간, 챔버오케스트라를 위한 『투사 삼손』
『Samson Agonistes』 for soprano, organ and chamber orchestra(2003/2018)
이 작품은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시인 존 밀턴의 서사시 「장사 삼손」을 텍스트로 하고 있다. 구약성서 사사기 16장에 나오는 삼손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서사시는 블레셋의 포로로 가자(Gaza)의 감옥에 갇힌 시기로부터 마지막 힘을 발휘하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최후까지를 다루고 있다. 소프라노와 오르간, 챔버오케스트라를 위한 『투사 삼손』 에서는 신적 능력의 근원이었던 머리카락이 잘리고 두 눈이 뽑힌 채, 육신과 영혼의 빛을 잃고 비참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삼손을 보고 탄식하는 내용을 담은 합창대의 일부 가사를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2003년에 서울대학교 학제간 공동연구의 일환으로 작곡되어 피아노 반주로만 일부 연주되었다가, 15년 만에 서주를 추가하고 기존 대편성을 오르간을 포함한 챔버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전면 개작하였다.
합창대) 이것이, 이것이 그다. 조용히 잠깐.
그를 함부로 방해하지 말자.
아, 소문보다, 생각보다, 믿은 것보다 변화가 심하구나!
보라,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것을, 멋대로 뻗치고,
고달픈 머리를 쳐들지도 못하고,
희망이 꺼진 사람처럼, 버림받아,
자신에게도 버린 몸이 되어.
오래 입어서 더럽고, 몸에 안 맞는
노예의 옷가지 걸치고서.
아니, 내 눈이 잘못 본 것인가? 이것이 그인가,
그 용감하고, 그 이름 높던,
저항할 수 없는 삼손인가? 무장하지 않은 그에게,
어떤 인간의 힘도, 가장 사나운 야수도, 적대할 수 없었다.
그는 사자도 찢었었다, 사자가 어린 양을 찢듯이.
철갑으로 무장하고 전열을 편 군사에 대항하여,
자신은 무기 하나 없이,
그들의 무기를 우습게 만들고, 벼려서 만든
청동의 방패와 창, 단련된 흉갑,
갈리브인의 벼린 칼, 찌를 수 없이 단단한 갑옷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었다.
아니, 떨어져 있는 자가 가장 안전했다.
적의 자랑스런 무기와 군비를 경멸하면서,
저항할 수 없이 그의 발이 전진하며,
무더기로 그들을 죽음으로 차던졌을 때. 그 굳센 아스갈론인도
그의 사자같은 돌격에서 도망쳤고, 노병들도
갑옷 입은 등을 돌려 도망치다
그의 발 아래에서 짓밟혔고,
아니면 기어서 그 장식 달린 투구에 흙을 묻혔었다.
다음엔 아무렇게나 주워서 입수한 무기-
죽은 노새의 턱뼈, 그 뼈의 칼에
블레셋의 화려한 할례 받지 않은 천명이 쓰러졌었다,
오늘에 이르도록 유명한 라맏리히에서.
다음엔 전력을 기울여 가사의 문을, 기둥을
거대한 빗장과 함께 뽑아서 어깨에 메고,
옛날의 거인의 고장, 헤브른 앞산으로 지고 올라갔었다.
그것은 안식일날 하루의 여정이 아니다. 이렇게 짐을 지고선.
이방의 백성은, 그가 하늘을 짊어질 수 있다고 상상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먼저 슬퍼할 것인가,
그대의 노예의 신세인가, 보이지 않는 눈인가,
옥 중의 옥
떼어낼 수 없는 어둠
그대는 그대 자신의 토옥으로 되었구나,
(아아, 최악의 감옥!) 그대의 혼은
(그것을 사람들은 보면서도 자주 이유 없이 불평하고 있지만)
이제 정말 감옥에 사로잡혀
진정으로 어두운 육체 속에 살며,
외부의 빛에서 갇혀
어둔 밤과 한 몸이 되었구나.
내부의 빛은, 아,
눈에 보이는 빛을 내지 않으니.
-존 밀턴 「장사 삼손」(이창배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