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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ENT, O – THE DAUGHTER OF ZION>

for flute and piano(2015)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라멘트 • 오, 시온의 딸아》

"슬프다 주께서 어찌 그리 진노하사 딸 시온을 구름으로 덮으셨는가 이스라엘의 아름다움을 하늘에서 땅에 던지셨음이여 그의 진노의 날에 그의 발판을 기억하지 아니하셨도다." 

위의 인용문은 구약성서 ‘예레미야애가’ 2장 1절로, 이신우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라멘트 • 오, 시온의 딸아》의 음악외적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원래 ‘라멘트’란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으로 장례식 등에서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사용되는 백파이프 음악을 가리킨다. 일종의 ‘라멘트’인 이 작품 또한 슬픔을 노래하며, 이 때의 ‘슬픔’이란 예루살렘 함락을 마주한 선지자 예레미야의 슬픔이자,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적 타락에 대한, 더 나아가 그 안에 내재된 인간 본연의 ‘죄’에 대한 작곡가 이신우의 슬픔이기도 하다. 

구약성경 및 유대인 성경의 하나인 ‘예레미야애가’는 기원전 586년에 벌어진 예루살렘 함락과 성전 파괴를 애도하는 다섯 편의 서정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님께 택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삶을 살지 못한 예루살렘 백성을 향해 하나님은 그 징벌로 바빌로니아의 침략을 허락한다. 바빌로니아는 예루살렘 성전을 불태우고, 도시를 약탈했으며, 많은 예루살렘 백성을 잡아갔다. 이런 민족의 수난을 바라보며(이 책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선지자 예레미야는 애통해한다. 《라멘트 • 오, 시온의 딸아》는 이 중 2장 1절을 영감으로 하여 보다 이를 플루트와 피아노를 통해 시적이고 암시적이며 상징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이 표제적으로 기대고 있는 ‘예레미야애가’는 단지 수 천년 전의 유대 민족의 슬픈 역사에 대한 작곡가의 음악외적 아이디어만은 아니다. 이 곡의 창작은 지난 수년간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른 대형교회의 문제들, 즉 세습, 종교지도자들의 배임, 횡령, 성범죄와 논문 표절, 교회의 사유화 등과 같은 심각한 종교적 타락에 직면해 있는 한국기독교의 현실과 이를 안타까워하는 한 작곡가의 보다 현실적인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일찍이 이신우는 전체 열 곡으로 구성된 피아노를 위한 코랄판타지1번 《내 백성을 위로하라》와 클라리넷과 현악사중주를 위한 《라멘트》 등의 작품들에서 인간의 죄악과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의 문제를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성서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한 과거의 작품들이 단순히 인간의 죄의 문제를 성서라는 문학적 매체 안에서 다루었다면, 최근 계속해서 불거진 한국교회의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 후 그는 이 문제를 관념적으로가 아닌 보다 현실적으로 체감하면서 이 작품을 작곡한 것으로 보인다. 플루티스트 윤혜리를 위해 작곡되어 2014년 5월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윤혜리와 피아니스트 이영우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혜 진(음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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